이번 이야기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변치 않는 보석보다 빛나는,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반짝이고 값비싼 것들을 찾곤 합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명품 가방이 그런 마음을 대변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가장 감동했던 인간의 사랑은, 금은보화로 치장된 거대한 저택이 아니라 다 쓰러져가는 작고 초라한 오두막집 안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필레몬과 바우키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맺고 있는 인연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진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1. 문을 닫아버린 화려한 저택들
초라한 나그네로 변장한 두 신
어느 날, 신들의 왕 제우스와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인간들이 얼마나 착하고 바르게 살고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낡고 남루한 옷을 입은 늙은 나그네로 변장하고 지상에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프리기아라는 마을에 도착해, 하룻밤 묵어갈 곳과 따뜻한 물 한 모금을 청하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을에는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저택들이 참 많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온갖 진귀한 보석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넉넉하고 풍요로워 보였죠. 하지만 수천 개의 문을 두드려도, 부유한 집주인들은 남루한 두 나그네를 벌레 보듯 무시하며 차갑게 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겉모습은 화려하고 번지르르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온기나 사랑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2.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도 부유한 오두막
두 팔 벌려 나그네를 환영한 노부부
마을 끝자락,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다 쓰러져가는 낡은 오두막 한 채. 그곳에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서로를 끔찍이 아끼며 늙어온 노부부, '필레몬(할아버지)'과 '바우키스(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천장이 낮아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야 하는 이 초라한 집에 두 나그네가 도착했을 때, 노부부는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그네들이 쉴 수 있도록 낡은 의자에 푹신한 천을 깔아주었고, 할머니는 땔감을 가져와 정성껏 불을 지피고 따뜻한 물을 데워 나그네들의 지친 발을 직접 씻겨 주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훈제 돼지고기를 썰어 요리하고, 귀한 손님이 올 때만 아껴두었던 작은 포도주를 내어왔습니다. 비록 금잔이 아닌 낡은 나무 그릇이었지만, 그 안에는 낯선 이를 향한 대가 없는 진심과 따뜻한 사랑이 가득 넘쳐흘렀습니다.
영원히 비워지지 않는 포도주병의 기적
식사를 대접하던 노부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나그네들의 잔에 포도주를 아무리 따라주어도, 호리병 속의 술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차오르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눈앞의 나그네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위대한 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노부부는, 대접할 것이 부족해 죄송하다며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이자 친구였던 거위 한 마리마저 신들을 위해 기꺼이 잡으려 했습니다. 신들은 껄껄 웃으며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멈춰 세웠습니다.
3. 사랑은 화려한 보석이 아닌 얽힌 나무뿌리에 있다
신들이 내린 단 하나의 소원
제우스는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을 홍수로 쓸어버려 심판했지만, 노부부의 초라한 오두막만큼은 황금 기둥이 빛나는 거대하고 웅장한 신전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소원을 물었죠. "너희들의 따뜻한 사랑과 선행에 큰 감동을 받았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해보아라. 영원한 생명도, 엄청난 부귀영화도 모두 주겠다."
하지만 노부부는 황금이나 불멸의 삶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주름진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저희가 남은 여생 동안 이 아름다운 신전을 지키는 사제가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 두 사람이 어느 날, 완벽하게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숨을 거둘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사랑하는 이 사람의 무덤을 바라보는 슬픔을 겪지 않게, 그리고 이 사람이 저 없이 홀로 외롭게 남겨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의 식탁 위에는 어떤 마음이 놓여 있을까
필레몬과 바우키스의 낡은 나무 그릇과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저는 제 자신에게 아주 무거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저 노부부처럼 누군가에게, 심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저렇게 조건 없고 순수한 사랑을 베풀며 살고 있을까?'
먹고사는 일이 바쁘고 팍팍하다는 핑계로, 혹은 육아와 업무에 지쳤다는 이유로 저는 종종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날 선 잣대를 들이대곤 했습니다. '내가 오늘 이만큼 고생했으니 당신도 이만큼 알아주고 배려해야지'라며 무의식중에 사랑의 무게를 저울질하기도 했죠.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마지막 순간조차 오직 상대방이 홀로 남겨질 외로움만을 걱정했던 노부부의 절대적인 사랑 앞에서 제 얄팍했던 마음들이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진짜 사랑이란 내가 무엇을 받을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평안을 위해 내어주는 것 그 자체에 행복이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4. 두 그루의 나무처럼, 남편과 함께 엮어갈 눈부신 여생
신전의 사제로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던 날, 노부부의 몸에는 서서히 껍질이 자라나고 나뭇잎이 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참나무로, 할머니는 보리수나무로 변해 하나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서로의 가지를 꼭 끌어안고 영원히 함께하는 나무가 된 것입니다.
서로를 끌어안은 그 두 그루의 나무를 떠올리며, 저는 남은 인생을 남편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불타오르는 열정이나 화려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매일 저녁 마주 앉은 소박한 식탁에서 서로의 고단했던 하루를 진심으로 다독여주는 삶. 살아가며 거친 비바람이 불어올 때면 기꺼이 서로의 잎사귀를 덮어 비를 막아주고, 세상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우리 둘만의 단단한 뿌리를 깊게 내려가는 그런 굳건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먼 훗날 우리의 생이 저무는 날, 서로의 주름진 손을 잡고 "당신과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어서 내 인생은 참으로 충만하고 행복했다"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하루,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남편과 우리 예쁜 아이에게 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든든하고 다정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로 굳게 마음먹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