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겪은 네 번째 모험, 바로 "마녀 키르케와 짐승이 된 인간들: 쾌락과 이성의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길고 험난한 신화 속 영웅의 모험기를 읽다 보면, 문득 아이를 키우며 매일 출근 전쟁을 치르는 우리 워킹맘들의 짠내 나는 일상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온종일 회사와 육아에 시달리다 밤늦게 찾아온 '육아 퇴근' 후의 달콤한 자유시간. 그 꿀맛 같은 쾌락에 빠져 잠잘 타이밍을 놓치고 다음 날 땅을 치며 후회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또,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대자로 뻗어 우는 아이 앞에서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무수히 많죠. 오늘은 달콤한 쾌락 앞에서도, 그리고 멘탈이 무너져 내리는 극한의 스트레스 앞에서도 끝끝내 '이성'을 지켜내야만 했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아름답고도 치명적인 마녀의 궁전
지친 선원들을 홀린 완벽한 환대
식인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탈출한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또다시 거친 파도와 폭풍우에 시달리다 '아이아이에'라는 낯선 섬에 도착했습니다. 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선원들은 배를 채울 식량을 구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섬 안쪽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숲의 한가운데서 눈이 부시도록 으리으리하고 아름다운 궁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화려한 궁전의 주인은 바로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아름다운 마녀 '키르케'였습니다.
키르케는 경계하는 선원들을 아주 환하고 다정한 미소로 맞이했습니다. 그녀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의자에 지친 선원들을 앉힌 뒤, 세상에서 가장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는 고기와 고소한 치즈, 그리고 달콤한 꿀을 아낌없이 듬뿍 넣은 향기로운 포도주를 잔뜩 내어주었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짠물 튀는 바다 위에서 굳은 빵 쪼가리만 씹으며 고생하던 선원들에게, 키르케의 화려한 식탁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그들은 눈앞의 달콤한 유혹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채,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고기를 뜯고 포도주를 들이켰습니다.
육퇴 후의 고요함, 거부할 수 없는 숏폼과 웹툰의 늪
신화 속 선원들이 허겁지겁 포도주를 마시는 이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매일 밤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스마트폰을 켜는 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저녁을 차려 먹이고, 아이를 씻기고 눕혀 그림책을 수십 권 읽어준 뒤에야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 아이가 새근새근 잠든 뒤 찾아오는 고요한 거실의 공기는 그 어떤 고급 와인보다 달콤합니다. 머리로는 '지금 당장 씻고 자야 내일 또 무사히 출근할 수 있다'며 쉴 새 없이 경고를 보내지만, 이 꿀 같은 나만의 시간을 그냥 잠으로 흘려보내기가 너무 억울하고 아쉽습니다.
그렇게 씻지도 않은 채 소파에 기대어 무심코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밀린 웹툰을 정주행하고,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숏폼 영상들을 하나둘 손가락으로 넘기다 보면 시간은 마법처럼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당장 눈을 붙여야 한다는 '이성'의 끈은 뇌를 자극하는 도파민과 꿀맛 같은 휴식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게 탁 끊어져 버립니다. 마녀 키르케가 내민 달콤한 꿀술을 꿀꺽꿀꺽 마셔버린 그리스 선원들처럼, 저 역시 매일 밤 달콤한 자유시간이라는 마법의 약을 마시며 현실의 고단함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2. 쾌락의 대가: 이성을 잃고 돼지가 된 사람들
달콤함 뒤에 숨겨진 잔혹한 마법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키르케가 선원들에게 건넨 달콤한 포도주 안에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무시무시한 마법의 약이 듬뿍 섞여 있었습니다. 선원들이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먹고 기분 좋게 취해 정신을 놓고 있을 때, 키르케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마법 지팡이로 그들의 어깨를 탁탁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정말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던 선원들의 얼굴이 길어지고 온몸에 빳빳한 털이 돋아나더니, 꿀꿀거리는 돼지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선원들은 겉모습은 추악한 짐승으로 변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과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쾌락에 빠져 정신을 놓아버린 탓에 돼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선원들은, 좁고 냄새나는 돼지우리에 갇혀서 사람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부짖었습니다. 순간의 쾌락에 이성을 팔아넘긴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수면 부족과 후회로 얼룩진 워킹맘의 아침
새벽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억지로 스마트폰을 내려놓습니다. 겨우 3시간 남짓 눈을 붙였을까, 무자비하게 울려대는 아침 알람 소리에 놀라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킬 때면 속에서부터 깊은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아... 어제 그냥 일찍 잘걸. 내가 미쳤지.' 거울 속에 비친 퉁퉁 부은 눈과 푸석한 얼굴을 보면, 밤새 쾌락에 취했다가 아침에 일어나 돼지우리에 갇혀 눈물 흘리는 선원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허둥지둥 아이 밥을 챙기고 출근 가방을 싸다 보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본능에 져버린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 온몸의 뻐근함으로 깨닫게 됩니다. 쾌락의 시간은 찰나처럼 짧았지만, 수면 부족으로 멍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버텨야 하는 회사에서의 하루는 지옥처럼 길기만 합니다. 이성을 잃고 본능의 유혹에 굴복한 끝에는 늘 이렇게 땅을 치는 뼈아픈 후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3. 무너져 내리는 멘탈 앞에서도 지켜야 할 이성
헤르메스의 도움과 단호한 대처
부하들이 돼지가 되어 우리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오디세우스는 겁을 먹고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칼을 챙겨 들고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당당히 마녀의 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가는 길에 신들의 심부름꾼인 헤르메스가 나타나, 키르케의 마법을 막아주는 신비한 약초인 '몰리'를 건네주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가 주는 독이 든 포도주를 마셨지만, 몰리 덕분에 이성을 잃지 않고 마법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키르케가 "너도 돼지로 변해라!"라며 지팡이를 휘두르는 순간, 오디세우스는 무서운 기세로 날카로운 칼을 뽑아 들고 마녀의 목을 겨누었습니다. 달콤한 음식과 술의 유혹 앞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끝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한 단호한 대처 덕분에, 그는 마녀의 항복을 받아내고 돼지로 변한 부하들을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앞, 무너지는 멘탈을 꽉 부여잡고
아이를 키우며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보면, 달콤한 밤의 유혹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극한의 순간에도 이성을 잃지 않아야만 하는 잔인한 시험대 위에 서게 됩니다. 한창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거부가 극에 달했을 때의 일입니다. 어린이집 문턱만 가면 절대 안 들어가겠다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제 바짓가랑이를 생명줄처럼 꽉 부여잡고 바닥을 질질 기어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출근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제 다리를 잡고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제 세상이 쿠르릉 하고 다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아이 옆에 털썩 주저앉아 체면이고 뭐고 같이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출근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아이 안고 집으로 도망쳐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충동이 솟구치기도 했고, 반대로 너무 지치고 화가 나서 아이에게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버리고 싶은 억눌린 감정이 훅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오디세우스가 마녀 앞에서 꽉 쥐었던 차가운 칼자루처럼, 흔들리는 제 이성의 끈을 피가 나도록 꽉 부여잡아야 했습니다. 엄마인 제가 여기서 같이 이성을 놓고 무너져버리면 이 상황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안함, 죄책감, 분노, 슬픔이 거대하게 소용돌이치는 그 엄청난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도, 저는 억지로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똑바로 차렸습니다. 그리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단호하게 떼어내어 선생님 품으로 넘겨주었습니다.
4. 문이 닫힌 뒤에 쏟아지는 눈물, 영웅의 무게
아이가 엉엉 울며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고, 굳게 닫힌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 찰나의 순간. 꾹꾹 억눌러 참았던 눈물이 기어이 둑이 터진 것처럼 펑펑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지하철을 타러 뛰어가는 길목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도록 꺽꺽 울면서 걸어가는 그 출근길이 얼마나 무겁고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는지 모릅니다. 마법에 걸려 짐승이 되었던 부하들을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난 뒤, 비로소 긴장이 풀린 오디세우스 역시 그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엉엉 소리 내어 울었을 것입니다. 끝까지 강해야만 했던 리더가 견뎌내야 했던 그 무거운 책임감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쾌락을 좇아 이성을 놓쳐버린 뒤 바보처럼 후회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억지로 어른으로서, 엄마로서의 꼿꼿한 이성을 지켜내기 위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아침 아이를 떼어놓으며 가슴으로 흘린 눈물과, 부족한 잠을 쫓으며 일터로 향하는 그 무거운 발걸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순간의 감정과 본능에만 휩쓸리지 않고, 때로는 스스로를 묶고 채찍질하며 어제보다 아주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마녀 키르케의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낸 영웅 오디세우스의 빛나는 지혜이자, 오늘도 전쟁 같은 하루를 꿋꿋하고 묵묵하게 살아내는 우리 모든 워킹맘들의 진정한 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