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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라와 카리브디스의 딜레마: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무게

by jjungee.k 2026. 8. 29.

오늘의 이야기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딜레마: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무게"입니다. 아이를 낳고 일터로 복귀한 워킹맘들은 매일같이 잔인한 시험대 위에 오릅니다. '완벽한 엄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뼈아픈 희생과 죄책감이 뒤따르는, 이른바 '진퇴양난'의 상황이죠.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오디세우스 역시 고향으로 가는 길목에서 두 가지 끔찍한 괴물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잔인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스칼라와 카리브디스의 딜레마: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무게
스칼라와 카리브디스의 딜레마: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무게

 

1. 양쪽 모두 죽음이 도사리는 잔인한 바닷길

머리 여섯 달린 괴물과 바다를 삼키는 소용돌이

세이렌의 유혹을 무사히 빠져나온 오디세우스 앞에는 더 끔찍한 절망의 바닷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가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아주 좁은 해협 양쪽에 무시무시한 두 괴물이 입을 벌리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절벽 위에는 뱀처럼 긴 목에 머리가 여섯 개나 달린 괴물 '스킬라(Scylla)'가 숨어 있었습니다. 스킬라는 배가 지나갈 때마다 여섯 개의 머리를 쑥 내밀어 배에 탄 사람을 정확히 여섯 명씩 낚아채어 씹어 먹는 잔혹한 괴물이었습니다.

반대로 왼쪽 바다 밑에는 아주 거대한 소용돌이 괴물 '카리브디스(Charybdis)'가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카리브디스는 하루에 세 번 엄청난 힘으로 바닷물을 통째로 들이마셨다가 뿜어냈는데, 만약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배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고 배에 탄 모든 사람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몰살당하고 마는 끔찍한 블랙홀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가도 죽고, 왼쪽으로 가도 죽는 상황. 이것이 바로 신화 속 가장 유명한 딜레마입니다.

39도의 고열과 절대 피할 수 없는 회사 프로젝트

워킹맘의 일상에도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처럼 피를 말리는 잔인한 딜레마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어느 날 새벽, 곤히 자던 아이의 숨소리가 거칠어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처럼 뜨겁습니다. 체온계는 무정하게도 39도를 가리키고, 아이는 아프다며 제 목을 끌어안고 칭얼거립니다. 엄마의 본능은 당장 회사에 연차를 내고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라고 소리칩니다.

하지만 하필 오늘 회사에서는 프로젝트의 최종 발표가 있는 날입니다. 팀원들 모두가 제 입만 바라보고 있고, 여기서 제가 빠지면 수많은 사람의 피땀 어린 노력이 물거품이 되며 제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금이 가는 그야말로 '절대 빠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를 두고 출근하자니 가슴이 찢어지고, 출근을 포기하고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모두 망치자니 내 커리어와 밥줄이 통째로 날아가는 상황.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내 마음의 한구석이 처참하게 뜯겨 나가는 끔찍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2. 모두를 잃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뼈아픈 차악

배를 스킬라 쪽으로 바짝 붙인 오디세우스의 결단

앞서 마녀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이 딜레마를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디세우스여, 카리브디스 쪽으로 가면 배가 통째로 박살 나 모두가 죽소. 눈물을 머금고 배를 스킬라 쪽으로 바짝 붙여 노를 저으시오. 부하 여섯 명을 잃는 것이 모두가 죽는 것보다 낫소."

오디세우스는 괴로움에 몸서리쳤습니다. 동고동락한 부하 6명을 괴물의 입에 고스란히 던져주어야 한다니, 리더로서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배 전체가 가라앉아 모두가 몰살당하는 '최악'을 막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부하 여섯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차악'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부하들이 겁에 질려 노를 젓지 않을까 봐, 괴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조차 끝까지 입을 닫고 혼자서만 그 무서운 비밀의 무게를 감당했습니다.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출근길

고열로 끙끙대는 아이 앞에서 저 역시 오디세우스처럼 잔인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나의 모든 커리어와 우리 가족의 경제적 토대가 걸린 직장을 통째로 소용돌이 속에 가라앉힐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가족 모두가 침몰하는 '카리브디스'였으니까요. 저는 결국 쏟아지는 눈물을 꾹 참고, 지방에 계신 시어머니께 다급하게 새벽부터 전화를 걸어 아픈 아이를 맡겨야만 했습니다.

우는 아이의 뜨거운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현관문을 나설 때, 제 마음은 스킬라의 날카로운 이빨에 뜯어 먹히는 것처럼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내가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을 하나.'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을 쳤지만, 저는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배를 안전하게 몰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닦고 회사로 향하는 엑셀을 밟아야만 했습니다.

3. 찢어지는 비명을 뒤로하고 나아가는 리더의 고뇌

부하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빠져나온 바다

배가 스킬라의 절벽 아래를 지나가는 순간, 예상대로 끔찍한 여섯 개의 머리가 번개처럼 내려와 가장 건장한 부하 여섯 명을 순식간에 낚아채어 허공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허공에 매달린 부하들은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부르며 처절하게 살려달라고 절규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끔찍한 비명을 귓전으로 들으면서도, 뱃머리를 돌리지 않고 나머지 부하들에게 더욱 미친 듯이 노를 저으라고 명령해야만 했습니다. 영웅의 삶이란 눈부신 영광으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피눈물 나는 희생과 죄책감을 홀로 짊어지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독하게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죄책감을 딛고 더 단단해지는 엄마의 자리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회사에 와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아이를 맡아주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약을 먹고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팽팽했던 긴장이 끊어지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허공에서 영웅을 부르짖던 부하들의 비명처럼, 아침에 매달리며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온종일 귓가를 맴돌아 속으로 수백 번도 더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워킹맘이라는 배의 선장으로서, 저는 이 차악의 딜레마를 견뎌내야만 합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사이에서 매번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지만, 이런 뼈아픈 선택들이 모여 결국 우리 가족이라는 튼튼한 배를 무사히 내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스킬라에게 뜯겨 나간 마음의 상처는 너무나 아프지만, 그것은 최악의 소용돌이로부터 나의 일상과 가족을 지켜낸 훈장이기도 합니다.

4. 딜레마를 건너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위로

오디세우스의 모험 중 가장 슬프고 잔인한 이 이야기는, 매 순간 딜레마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때로는 우리 삶에 두 가지 모두 정답이 아닌, 고통스러운 희생을 수반해야만 하는 잔인한 문제들이 던져집니다.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서는 엄마의 발걸음도, 휴일을 반납하고 일터로 향하는 가장의 어깨도, 모두 거대한 카리브디스의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스킬라의 이빨을 감내하는 숭고하고 용기 있는 결단입니다.

 

혹시 오늘 양손에 쥔 두 가지 소중한 것 중 하나를 뼈아프게 내려놓아야만 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깎아내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매정하거나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당신의 배에 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선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책임을 다한 것일 뿐이니까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늘도 무사히 딜레마의 바다를 건너온 모든 엄마들, 그리고 묵묵히 삶의 노를 젓는 모든 분들의 치열한 항해에 뜨거운 박수와 위로를 보냅니다.